[CU DIARY] 온 가족이 점주님, CU 패밀리 스토리

매거진 2024.05.16

 

얼굴부터 표정까지 쏙 빼닮은 두 남자가 CU 여의도아이비점 앞에 모였습니다. “점주님” 부르면 동시에 돌아보며 “저요?” 합니다. 한 명은 아버지 점주, 다른 한 명은 아들 점주랍니다. 부모부터 두 아들까지 2대가 CU로 한마음 한뜻, 이 가족의 보랏빛 DNA를 소개합니다.

 


 

 


이런 가족 또 없습니다

인터뷰날 아침, CU 여의광복회관점 조종현 점주님에게 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버지 점포 스태프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출근을 못하게 됐어요. 저랑 아버지 동시에 인터뷰는 어렵겠습니다.” 스태프들이 점포를 보는 사이 부자(父子) 점주님을 함께 인터뷰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겁니다

 

상황을 수습한 뒤 아버지 조희철 점주님이 어머니 안명자 점주님과 함께 운영하는 CU 여의도아이비점에서 아버지와 아들을 만났습니다. 질서정연하게 정리된 점포가 18년차 베테랑 점주의 업력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그렇게나 오래 CU를 운영해도 오늘처럼 예상치도 못한 일이 터지면 당황스러워요. 스태프 상황이 해결될 때까진 제가 풀타임 근무를 뛰어야 할 텐데 이걸 또 어쩌나 싶고요.” 한숨을 푹 쉬는 아버지를 아들이 걱정스럽게 바라봅니다. 그 시선에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만이 헤아릴 수 있는 이해와 진심이 묻어 있습니다.

 

오늘 만난조가家네 CU에 관해서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할 말이 많은 가족입니다. 아버지 조희철 점주님(CU 여의도점), 어머니 안명자 점주님(CU 여의도아이비점), 맏이 조종현 점주님(CU 여의광복회관점), 둘째 조수현 점주님(CU 영등포아이비밸리점)까지 온 가족이 CU를 각자 하나씩 맡아 운영하고 있거든요. 오늘 같은사건이 터지면 네 가족은 자연스럽게 고민을 나눕니다. 비단 걱정 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잘 팔리는 상품, 상황별 고객 응대 방식, 점포 운영 아이디어도 매일같이 공유하죠. 아버지와 맏이는 “네 가족이 따로 또 같이 점포를 운영하며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네 배로 체감한다며 웃습니다.

  

  

 

 

어린 시절 어깨 으쓱하던 ‘편수저’

아들 조종현 점주님이 중학생이던 2006년, 아버지 조희철 점주님은 직장인으로 북적이는 이곳 여의도에 CU의 전신인 패밀리마트를 2곳 열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일터 편의점을 매일 들락거리며 성장했죠. 덕분에 학창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편수저’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금수저나 흙수저는 들어봤지만 아니, 편수저라니요. “수업이 끝나면 ‘아빠 편의점’에 들러 군것질을 하곤 했어요. 또래 친구들 눈에는 마냥 부러울 수 밖에요. 아이들에게 편의점은 천국 그 자체잖아요.(웃음)”

 

형제의 성장기에는 중요한 시기마다 CU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형 조종현 점주가 장교로 복무할 때는 CU  점주 사보의 ‘삼각김밥이 간다’ 이벤트를 통해 부대원들에게 간식을 지원했고, 동생 조수현 점주가 고3 수험생일 때도 같은 이벤트로 반 친구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했습니다. “온 가족이 CU 사보에 나왔어요. 그때 기사들을 아직도 점포 한 곳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어요. CU는 우리 가족의 역사니까요.”

 

돌이켜보면 부모님의 일터는 두 아들의 ‘예비 점주 교육장’이기도 했습니다. “편의점 집 자식들은 아르바이트도 편의점에서 합니다.(웃음) 특히 우리 큰애는 어릴 때부터 점포 일을 많이 도왔어요. 오늘도 보셨죠? 갑자기 스태프가 사고를 당해 못 나왔잖아요. 이럴 때 어쩌겠어요. 가족이 동원될 수 밖에요. 여의도 불꽃축제나 윤중로 벚꽃놀이 때는 정말 눈코 뜰 새가 없어요. 그때마다 큰애가 큰 힘이 되어줬어요. 그래서 우리 애들은 여의도에 오래 살면서도 불꽃축제나 벚꽃놀이 한 번 가본 적이 없을 거에요. 미안하고 또 고맙고 그래요.” 

 

조희철 점주님은 무뚝뚝해 보여도 사랑이 많은 아버지입니다. 아들 조종현 점주는 “아버지가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다며 말을 이어받습니다. “아버지는 가장으로서 늘 최선을 다하시고, 하나라도 저희에게 더 주고 싶어 하세요. 우리가 20대가 되고 나서야 처음으로 가족여행이란 걸 가봤을 정도로 점포 운영에 매일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저희 아들들에게는 아버지의 인생이 비단 편의점 운영을 넘어 삶의 지침서나 다름없어요.” 

 

아들의 말을 듣고 있던 아버지 조희철 점주님이 다시 말문을 엽니다. “우리 큰애가 장교 출신이에요. 지금 자기 점포를 똑 부러지게 운영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만 굉장히 착실하고 책임감도 강하죠. 우리 애들이 참 불쌍하게 컸어요. 안쓰럽고 미안하니까 크게 혼낸 기억도 없는데 말이에요.” 아들은 ‘편수저’라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지만, 아버지의 기억은 또 다릅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한 일 투성이입니다. 

  

 

 

네 식구 인생을 밝힌 편의점 불빛 

1990년대 자동차 회사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집안 형편이 여유로웠습니다. 급작스레 회사를 그만둔 뒤 1년 여를 방황하다 아내와 어렵게 야식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아내가 종일 김밥을 싸면 그가 밤새 여의도 곳곳으로 배달을 다녔죠. “큰애가 초등학교 5학년, 작은애가 겨우 1학년인가 그랬어요. 그 어린것들을 작은 점방에 데려다 놓고 재우고 먹이고 하면서 배달을 다녔어요. 애들 학교는 제대로 보내고 싶은 마음에 잠깐 할머니 집에 맡긴 적도 있는데, 아내가 애들 보고 싶다고 엉엉 울더라고요. ‘가족이 이렇게 떨어져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여의도에 좁은 월세방 하나 얻곤 네 가족이 밥 해먹고 장사하면서 살았어요.”  

 

그렇게 꼬박 3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그가 잡은 희망, 바로 편의점이었습니다. “편의점을 하나 계약하고 점주 교육을 받는데 교육장 가까이에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어요. ‘어, 이 자리도 잘될 것 같은데’ 싶었죠. 자금도 없었는데 무슨 배짱이었는지 그냥 질러 버렸어요. 초보 점주가 편의점 2곳을 동시에 운영하다보니 아내도 저도 무척 바쁘게 살았죠. 그렇게 점차 형편이 나아져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18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부모님은 CU 여의도점과 CU 여의도아이비점, 2곳의 CU를 성실하게 운영 중입니다. 베테랑 점주로 등극한 만큼 이력도 화려하죠. 해마다 우수 점포로 선정되는 건 기본, 신입 점주들에게 점포 운영 노하우를 진행하는 ‘멘토 점주’로도 활동합니다. 하지만 아버지 조희철 점주님이 단연 심혈을 기울이는 멘티들은 자신의 두 아들 조종현, 조수현 점주입니다. 

 

“CU에는 점주간 멘토링 프로그램이 있어요. 저는 18년 연륜의 선배, 아버지에게 24시간 밀착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으니 엄청난 행운이죠. 처음 오픈하고 한 달은 부모님께서 번갈아가며 제 점포에 상주하다시피 했어요. 상품이 더 다양하고 풍성해 보이는 진열 방법, 상품 종류별 발주 타이밍 관리, 고객 동선에 따른 상품 구성 등등. 편의점을 오래 운영해 본 점주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한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었어요.”

  


 

 

 

이제 온 가족의 공통분모, CU!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 광고회사에서 일하며 이직을 계획하던 큰아들에게 조희철 점주님은 편의점을 제안했습니다. “일단 아들의 성격상 ‘자기 사업을 하면 참 잘 하겠다’ 싶었습니다. (웃음) 저는 편의점만 18년을 했으니까 아무래도 자리 보는 눈이 있는데요. 지금 CU 여의광복회관점은 본래 직영점이면서 밤엔 무인점포로 운영되던 곳이었어요. 당장 책임지고 운영하는 사람이 없으니 매출이 오르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이 점포다!’ 싶었죠.”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온 부모님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배워온 아들은 아버지의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 드디어 CU 여의광복회관점을 개점했습니다. 인수 당시만 해도 상품 구색이 다소 제한적인 점포였기에 주변 고객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했는데요. 조종현 점주님은 전직 광고인답게 ‘뽑기 이벤트’로 오픈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어릴 적 문구점 종이 뽑기에서 착안했어요. 1만 원 구매 시마다 뽑기 기회가 주어지는데, 특히 직장인 고객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벤트 상품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저가 상품이라도 재미있는 구성이 나오도록 했거든요. 한 번에 13만 원어치를 구매하시고 열세 번을 뽑은 분도 계셨죠.(웃음)”  

  


 

 

노력에 힘입어 CU 여의광복회관점은 새롭고 역동적인 편의점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아버지 조희철 점주님도 큰 역할을 했고요. “아버지께서 언제나 점포를 깔끔하게 정리하셨거든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점포에 가면 물건이 다양한데도 참 깨끗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 역시 고객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이런 맏이를 이어 동생 조수현 점주도 지난해 10월 여의도 인근에 CU 영등포아이비밸리점을 오픈했습니다. 

 

CU 키즈에서 어엿한 CU 점주로 성장한 두 아들은 이제 부모님과 자녀로서 또 동료로서 함께하고 있는데요. CU 패밀리의 가족 단톡방만 봐도 남다릅니다. 24시간 편의점 이야기는 기본이니까요. “저희는 부모님 세대보다 트렌드에 민감하니 신상품 가운데 어떤 게 잘 팔릴 것 같다는 ‘촉’이 오는 편이에요. (웃음) 그럴 때면 ‘엄마아빠! 이거 잘 나갈 거에요. 저 믿고 한번 발주해보세요’라고 추천드려요.”

 

두달 전 조종현 점주님은 신랑이 됐습니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전셋집을 얻고, 어엿한 가장이 아들이 아버지는 그저 기특하기만 합니다. “아버지랑 아들은 수다를 떨거나 그런 건 없어요. (웃음) 눈빛만 봐도 알죠. 저는 애들 마음을 알고, 애들은 아마 마음을 거고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 다만, 하나 바람이 있어요편의점 하다 보면 별별 사람을  만나거든요제발 우리 애들이 마음을 다치지 않기를. 지금까지 잘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강인하게,  헤쳐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  아버지 조희철 점주님(CU 여의도점), 아들 조종현 점주님(CU 여의광복회관점)

.  김송희

편집.  성지선

사진.  안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