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담당자가 들려주는 짜파게티 콜라보레이션 후일담

매거진 2024.03.28

 

 

한국인에게 ‘짜장면을 추천해달라’ 한다면 아마도 혹자는 대답 대신 이 이름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무려 40년, 강산이 네 번은 변할 동안 한 번도 변하지 않은 부동의 1위이자 영원한 스테디셀러, 그 이름하여 짜파게티. 짜장면 맛이냐 하면 그건 아니고, 그렇다고 라면 맛인가 하면 그건 더욱더 아닌! 독보적 ‘짜파게티맛’을 CU에서 여러 간편식으로 만나보세요. 

 

 

 

 

 

기대해, 올해 블랙데이

매년 4월이 다가올 때면 간편식품팀의 머리와 손발은 바빠집니다. 블랙데이(4월 14일)를 앞두고 올해는 어떤 짜장맛으로 고객들의 시선과 입맛을 사로잡을지 고민할 시점이니까요.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라면 시장이 넓어지면서 편의점 짜장라면도 정말 크게 발전했는데요. 예전에는 중국집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불맛 가득한 짜장라면, 해물과 고기 푸짐한 짜장라면도 이제 편의점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죠. 이렇게 다양화된 짜장맛 가운데 어떤 상품을 선보여야 할까요?

 

정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수많은 짜장라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1위를 무려 40년 동안이나 지켜온 상품이 있었으니까요. ‘짜장라면’의 다른 이름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짜파게티’가 올해로 40년을 맞이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간편식품팀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이 스테디셀러, 우리가 한 번 변신시켜 보는 게 어떨까 하고 말이죠.

 

 


 

 

업계 최초, 농심과 손잡다

짜파게티의 조리법에도 정석이 있지만 더 맛있게 먹는 방법도 있죠. 어떤 이는 라면사리 반 개를 더 넣어 먹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우유를 살짝 첨가해 부드러운 맛을 더하기도 하고요. 치즈와 계란프라이를 올려 먹으면 풍부한 맛이 배가되어 환상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트러플 오일을 넣어 먹는다거나 대패삼겹살을 구워 올려먹는 등 약간은 럭셔리한 짜파게티를 즐긴답니다. (웃음) 이처럼 짜파게티 소스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무궁무진하다는 데 착안하여 여러 간편식을 만들어 보자는 게 저희의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계획은 처음부터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짜파게티의 제조사 농심이 유통회사와 한 번도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한 적 없다며 쉽게 문을 열지 않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짜파게티 소스는 농심의 대외비로서 쉽게 공급할 수 없는 재료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 좋은 아이디어를 그대로 버릴 수는 없잖아요. 아직 계약서도 쓰지 않은 마당이었지만 상품을 미리 기획하고 그 청사진을 농심에게 보여주며 삼고초려했습니다. 어림잡아도 수십 번은 문을 두드린 끝에 드디어 계약을 성사시켰는데요. 그때의 희열을 잊을 수가 없네요. (눈물)

 

우여곡절 끝에 일이 시작됐지만 어려움은 수시로 몰아닥쳤습니다. 앞서 언급한 소스 공급 문제부터 농심의 로고와 상품 이미지에 대한 법적인 제재, 그리고 계약서 사항까지 모든 부분에서 일일이 의견을 조율해야 했죠.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면 진영호 상품본부장님과 정재현 간편식품팀장님께서 소매를 걷어붙이시며 해결해주신 덕에 저는 더 맛있는 상품,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간편식품팀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진행했지만, 이처럼 큰 회사와의 협업은 처음이라 상품의 맛은 물론 패키지 디자인과 법적 사항에 이르기까지 두 배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습니다. 담당자로서 농심과 고객, 그리고 CU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거든요.

 

 

모든 간편식에 짜파게티를

무려 6종이나 되는 간편식을 개발한 것도 이러한 간편식품팀의 욕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있습니다. 간편식품팀은 업무를 크게 6가지의 카테고리, 도시락/주먹밥/김밥/샌드위치/햄버거/조리면/샐러드로 나누어 담당하는데요. 6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모든 MD들이 각자짜파게티의 명작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뭉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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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할 때면 간편식품팀은 먼저 상품의 특색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CU의 간편식에 그 개성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죠. 짜파게티 간편식은 ‘짜파게티소스’ 고유의 맛을 최대한 잘 살려야 했습니다. 돼지고기나 참치와 같은 다른 재료가 배합되면 맛을 해칠 수 있죠. 원재료를 살려서 가장 맛있으면서도 특이한 메뉴를 고안해야 하는 게 가장 큰 과제였던 것 같아요.

 

수십 년의 인기가 증명하듯 솔직히 짜파게티 소스로는 무엇을 조리해도 맛있습니다. 심지어 밥만 비벼 먹어도 맛있으니까요. 하지만 간편식품팀은 빤한 레시피 대신 “이런 메뉴도 가능하다고?” 놀랄 만한 메뉴를 선정하고 싶었습니다. 고객들이 진정 ‘짜파게티 is 뭔들!’ 하시면서 감탄하길 바랐거든요. 짜장면, 검은색 등의 키워드로 시작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구상하면서 여러 조합을 모아보았고, 수정에 수정에 또 수정(!)을 거쳐 여섯 가지 메뉴를 선정했습니다. 제주 현무암닭강정이나 속초 까만닭강정에 영감을 받은 ‘짜파게티 치킨’, 경상도식 잡채밥에 짜파게티 소스를 버무린 ‘짜파게티 잡채밥’, 유튜브에서 인기몰이했던 짜파게티 찜닭 레시피를 상품으로 구현한 ‘짜파게티닭갈비김밥’ 등은 그렇게 탄생했답니다.

 

 

익숙하면서도 신박한 패키지

앞서 언급했듯이 짜파게티의 패키지 디자인 역시 까다로웠습니다. 오랜 세월 확립한 브랜드이미지를 지켜내면서 도시락 스티커나 햄버거 포장필름, 삼각김밥 스티커에 찰떡같이 어울려야 했죠. 하지만 저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디자인팀 김명재 책임님이 혼신을 다해 만들어오신 디자인 시안을 받았을 때 정말 기립박수를 칠 뻔했거든요. 짜파게티 봉지면의 배경 색상과 무늬, 짜파게티 시그니처 로고 밑에 기입된 깔끔한 상품 설명 등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이었습니다. 까다로운 농심도 깊은 만족감을 표해왔을 정도로요.

 

 

잊을 수 없는 대망의 시식회

지난 3월 12일. BGF리테일 본사 7층에서 4월 이슈 상품을 브리핑하는 상품 컨벤션이 열렸습니다. 이날은 저와 같은 MD들이 무척 긴장하는 날인데요. 부회장님 이하 임원 분들께서 직접 이슈 상품을 시식하고 평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4월 이슈 상품에는 짜파게티 간편식 시리즈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만큼 ‘떨지 말자’ 생각했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부회장님께서 짜파게티 간편식 앞에 서셨을 적에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시식을 마친 후 부회장님께서 ‘짜파게티 간편식 상품 참 맛있다’시며 격려해 주셨어요. 계약부터 상품 개발, 테스트까지 각고로 노력한 지난 시간이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나를 성장시킨 콜라보레이션

하지만 아직 긴장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순서인 고객에게 선보이는 순간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떨리지만 이 떨림은 좋은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설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MD로서 농심, 그것도 짜파게티라는 베스트셀러와 콜라보레이션할 수 있어 참으로 뿌듯했습니다. 

 

‘MD는 어느 하나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었어요. 언제나 고객의 관점에서, 점주님의 관점에서, 그리고 협력하는 브랜드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또 판단하려 노력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품이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농심과의 협업을 통해 BGF리테일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폭넓게 생각했습니다. 원재료 선정부터 패키지 디자인 작업 그리고 BGF LIVE 인터뷰까지, 간편식 시리즈를 하나 출시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그리고 그 시간으로 인해 간편식 MD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좋은 콜라보레이션 기회를 주신 진영호 상품본부장님과 정재현 간편식품팀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상품으로 찾아뵐 있는 MD 되겠습니다! 자신감을 듬뿍 넣은 짜파게티 간편식, 고객님들께서도 많이, 기쁘게 드셔주시기를 바랍니다.

 

 

 

 


 

인터뷰˙사진제공. 임재영 책임(BGF리테일 간편식품팀)

. 성지선